아무리 시간이 없어도 너한테는 내줘야지!!

  파김치가 되어 집으로 퇴근한 아빠, 그의 어깨는 축 쳐져 있다.

그런데 아빠가 오기를 기다리던 아이는 아빠에게 파고든다. “아빠, 나랑 같이 놀아 줘!”

놀아줘야 한다는 건 알지만, 아빠의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 아니, 마음이 따라주지 않는다.

“아빠가 지금은 힘들어, 나중에 놀아줄게.” “또 언제? 전에도 나중에 놀아준다고 했잖아.”

“나중에 놀아줄게, 약속하자.” 아빠는 아이와 손가락을 걸고 굳게 약속했다.

그러나 그 다음날은 무슨 일이 생기지 않겠는가? 아빠는 피곤하다. 바빠서 시간이 없다.

어느 덧 세월이 흘러 아버지가 노인이 되었다. 이제 오갈 데도 없다.

그러니 자식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들이 돌아오자 너무나 기뻐서 반기며 말했다.

“이제 오냐? 고생 많았지?” “예~ 저, 들어가서 좀 쉴게요. 피곤해서~”

아버지는 집으로 돌아온 아들과 함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그러나 아들은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피곤하다는 핑계로 아버지와 함께 하는 시간을 기피했다.

어릴 때 받은 상처를 돌려받는 셈 아닌가?

  좋은 아버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어느 기관이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아버지들은 ‘생계를 책임지는 것’을 아버지의 첫 번째 역할로 인식하고 있었다(18.9%). 그런데 자녀들은 달랐다. 그들은 ‘가족과 함께 지내기’를 일순위로 꼽았다(37.2%).

아버지들에게 ‘가족과 함께 지내기’는 ‘생계 책임’(26.3%), ‘가정 교육’(19.2%)에 밀려 3위에 그쳤다.

제 역할을 하는 아버지가 되려면 일단 돈을 벌어야 한다는 게 아버지들의 공통된 생각이었다.

아버지는 ‘돈’을, 아이들은 ‘시간’을 첫 번째 조건으로 꼽았다.

자녀가 바라는 아버지와 아버지 본인이 목표로 삼는 아버지상 사이에 괴리가 크다는 증거이다.

아버지는 환경적 조건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자녀들은 정서적 유대감을 원하고 있다.

 주말이 되었다. 오랜만에 집에 있는 시간이니 아빠에게 황금시간이었다.

좀 쉬고 싶은 마음, 늑장을 부리고 싶은 마음, 그래서 침대 위에서 뒹굴고 있었다.

그런데 아이는 일찌감치 일어나서 아빠 주변을 맴돈다.

“아빠, 빨리 일어나세요!” “지금 몇 시야?” “10시란 말이에요.” “그래? 조금만 있다가 일어날게.”

“싫어! 지난번에 대공원 간다고 약속했잖아!” “아빠가 피곤하단 말이야, 조금만 기다려 줘.”

 오랜만에 쉬는 날, 그를 기다리는 사람이 많다.

평소 직장을 다니느라 집안일을 미뤄둔 아내는 남편이 집안일을 함께 도와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아이들은 자기와 함께 놀아주기를 바라고 있다. 그런데 아빠는 오랜만에 쉬고 싶다.

게으름을 좀 부리고 싶다. 텔레비전 리모컨을 잡고 채널을 이러지리 돌려보고 싶다.

그런데 ‘시간을 내 달라’고 손을 벌리고 있으니, 불쌍한 아빠가 아닌가?

 자식을 위해 시간을 내어주는 건 무한하지 않다.

어느 때쯤이면 “아빠랑 함께 놀자”라고 하면 “싫어요, 난 다른 할 일이 있어요. 엄마랑 하세요.”라고

거절할 때가 다가온다. 사춘기가 되면 이미 아이들은 자기만의 시간과 세계를 주장한다.

그러기에 허락되는 때에 자녀와 함께 하는 시간을 갖는 게 중요하다.

 시간은 사랑의 표현이다. 시간을 내어주지 않는다는 것은 상대방에게 애정이 없다는 사인을 보내는 것과 다름 없다. 돈으로 시간을 대신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아이들을 위한 재정적인 투자는 재정적인 투자일 뿐이다.

부모가 공급해 주어야 할 시간을 돈으로 대치하려 해서는 안 된다.

아이들은 부모와 함께 하는 시간을 통해 정서적인 안정감을 얻는다.

아이들이 어린 시기에는 돈보다 시간을 함께 해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시간을 함께 하지 못하면 아이들은 버려져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아이들은 부모의 형편을 다 고려해 주지 않는다. 있는 현실 그대로 해석할 뿐이다.

아이들에게 시간을 내어줄 때 아이들은 자신이 가치 있는 사람임을 느끼게 된다.

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바쁘게 살아가는 부모일수록 지혜를 발휘할 필요가 있다.

시간의 양도 중요하지만 시간의 질을 활용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짧은 시간에 질을 높이는 온전한 지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