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네가 있어서 너무나 든든해!

  때때로 아이들이 하는 행동이 못마땅할 때가 있다. 기대에 못 미치는 자녀들에 대한 섭섭함 때문이다.

몇몇 아이들이 분주하게 뛰놀고 있다. 엄마를 따라 온 아이들이 신나서 집안 이곳저곳을 뛰어다닌다.

그 모습을 보던 한 엄마가 말했다. “얘들아, 정신 사나우니까 좀 조용히 해.”

“관두세요, 아이들이 모이면 다 그런 거지요.”

집안을 온통 어수선하게 만드는 게 기분 좋은 일은 아니지만 어쩌랴.

그런 어른들의 마음은 아랑곳하지 않고 아이들은 정신없이 뛰놀고 있다.

“쾅!” 뛰어놀던 아이들이 비싼 화분을 떨어뜨렸다. 순간 한 엄마가 소리쳤다. “넌, 왜 하는 일마다 그래?”

사실 하는 일마다 그런 건 아니다. 한두 번의 실수에 대한 부모의 과민반응일 뿐이다.

속상한 마음의 과장된 감정 표현일 뿐이다. 속이 편치 않은 상황이니까 그렇게 표현하는 것이다.

덜렁대는 아이들은 사고 치기가 일쑤다. 소중한 것을 잃어버리기도 하고 깨뜨리기도 한다.

생각하지 않은 의외의 행동으로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속상하다.

어른 수준에서 보면 ‘왜 저러지’ 하는 한심한 생각이 든다. 예상하지 못한 행동에 실망하기도 한다.

때로는 꼴도 보기 싫은 감정마저 일어난다.

그러나 생각해 보라. 그들은 그들의 행동에 상관없이 소중한 존재이다.

 나는 한 사건을 통해 아이들이 나에게 얼마나 소중한지 경험한 적이 있다.

오래 전에 장례를 집례하기 위해 성남화장식을 갔다.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데 한쪽에서 자지러지는 여성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장례식장이 다 그렇긴 하지만,

그때 들린 울음소리는 달랐다. 궁금해서 가까이 다가가 보았다. 둘러선 사람들은 모두 눈물을 닦았다.

나는 영정사진을 보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중학교 1,2학년 쯤 되어 보이는 남학생이었다.

앳된 얼굴이지만 덩치도 크고 듬직하게 생긴 얼굴이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자지러지게 울던 여성의 심정이 충분히 이해될 법했다. 그 슬픔과 아픔을 어찌 감출 수가 있단 말인가?

나는 너무 궁금해서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물어보았다. “왜 어린 학생이 이런 일을 당했습니까?

아주 건강하게 생겼는데요…….” “아파트에서 퀵 보드를 타다가 차와 부딪혔대요.”

“아, 그랬군요~ 부모님이 얼마나 속상하고 마음이 아팠을까요?”

그날 밤 나는 집에 돌아와서 아이들의 방으로 갔다. 아이들의 얼굴을 한 번 쳐다보고 손으로 쓰다듬었다.

그렇게 소중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예쁠 수가 없었다. 아이들에게 무슨 일이 생길 때에야 비로소 깨닫는다.

그들의 존재 자체가 의미가 있음을, 내 곁에 있는 그들의 소중함을, 때때로 문제를 일으켜도,

속을 뒤집어 놓는 행동을 저질러도, 그래도 곁에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지,

얼굴을 볼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지.

  아들이 어린 시절이었다. 주일 예배를 드리고 있는 중이었다. 누군가 아내 곁으로 다가와서 귓속말로 말했다.

“사모님, 형규가 다쳐서 병원으로 가야 할 것 같아요.” 나가 보니 아이의 턱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아이는 잔뜩 겁에 질려 있었다. “형규야, 괜찮아, 걱정하지 마. 치료하면 돼. 아프지? 조금만 참아!”

장애를 가진 교인이 예배당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만든 계단에서 아들놈이 막 자전거를 타고 내려오는데,

다른 친구가 밀어서 넘어진 것이었다. 아내는 형규를 급하게 병원으로 옮겼다.

마취를 하고 수술에 들어가야 했다. 그런데 아들이 너무 겁에 질려 마취가 잘 되지 않았다.

안 되겠다 싶었는지, 아내가 나에게 연락해왔다.

“아무래도 당신이 와야겠어요. 형규가 겁에 질려서 마취가 되지 않아요.” 병원으로 달려갔다.

응급실에 있는 형규는 공포에 질려 있었다.

“형규야, 아빠야. 많이 아프지? 괜찮아. 아빠가 손을 잡고 있을 테니까 겁낼 것 없어.”

잠시 후 마취에 성공했다. 그리고 수술을 무사히 마쳤다. 난 마취에서 깨어난 아들의 손을 잡고 말했다.

“형규야, 고생 많았어. 아빠는 네가 있어서 얼마나 든든한지 몰라. 앞으로 다치지 않게 조심하자.

네가 건강해야 아빠가 든든하지.”

 아이들이 하는 못마땅한 행동에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 아이들은 아이들이니까.

어른들도 해서는 안 될 행동을 서슴지 않고 행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가?

때때로 부모가 원하지 않는 행동을 할지라도, 여전히 아이들은 부모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이다.